[40K 솔라 마카리우스 3부작 번역] 1부 "불의 천사 " -3-
3 장
잠망경 밖으로 이른 아침 햇살을 받아 번쩍거리는 기갑 차량들의 끝없는 행렬이 보였다. 잿빛의 배기가스가 공기 중을 물들였다. 차량의 경적 소리가 울렸다. 엔진이 으르렁거렸다. 내가 낀 구슬 모양의 귀 이어폰을 통해 통신-네트의 끊임없는 교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오직 중위의 지휘 음성만을 듣도록 되어있었지만, 중위의 모니터 너머로 흘러오는 약간의 소리가 있었고 상위 지휘 제대로부터 내려오는 소리가 배경에서 아주 희미하지만 들려왔다.
저기 밖에서, 군대가 거대한 야수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기갑중대에 이어 중대들이 급발진해 출발했고, 내리막길을 굴러가, 그들의 거대한 발바닥 아래에 깔린 깨지기 쉬운 돌들을 으깨면서, 가속력을 얻기 시작하자 거대한 재와 먼지의 연기를 피워올렸다.
나는 버켓 시트에 몸을 쉬이면서 몇개의 데크니컬 기도들을 드렸다. 우리가 출발하기 까지는 몇시간이 걸릴 것임을 알았다. 우리의 위치는 대열에서 꽤 뒤쪽이었다. 나는 콘솔의 크리스탈 액정을 내려다보면서 부대들을 표시하는 점들이 반짝반짝하며 움직이는 것을, 핏빛으로 붉은 땅덩어리를 향해 수없이 많은 벌 같은 초록색의 불빛들이 몰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신병을 건너보았다. 그는 내 버릇을 흉내내 그의 모자를 한쪽으로 돌려 쓰고 있었다. 그는 내가 쳐다보는 것을 보고 약간 불안한듯이 살짝 웃었다. 이해할만한 일이었다. 우리는 아직 어떠한 위험도 겪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것은 그의 첫번째 전역의 시작이었고 우리들은 곧 임페리얼 가드가 이 세계에 불러일으킬 폭력의 태풍의 한가운데로 움직여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침을 삼키고는 심장 위에 아퀼라(Aquila) 성호를 맺더니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이 조금 오므려져 있었고 나는 그가 기도를 드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베인블레이드의 내부 통신-네트를 통해 중위의 차분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는 '제1 전투 교리문답'을 암송하고 헤세 상병부터 시작해 나머지 승조원들과, 포수들이 교리문답의 답을 말하도록 했다. '불굴'호의 가장 깊은 내부로부터 포탑의 회전하는 소리와 포구가 상하로 움직이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포구들이 최대각도 상승에 도달해 고정될 때 전차가 약간 흔들거렸다. 우리 중대의 거대한 전차들 하나 하나씩 굴러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거대한 형체가, 마치 거대한 맘모스가 시대의 여명 속으로 걸어나가는 것처럼, 빽빽한 먼지구름 속으로 내리막길을 따라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레뮤엘, 전진하라' 중위가 명령했다. 나는 정령을 깨웠고 우리의 엔진이 최대의 생명력으로 울부짖었다. 차량의 내부 어딘가에서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승조원들이 반응하며 환호성과 기도를 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굴'호라 불리는 거대한 기갑 괴물이 내 손 아래에서 생명을 얻어 들썩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마카리우스가 자신의 군대에 명령을 내릴 때 이런 기분일지 궁금했다. 이 강력한 차량은 마치 어떠한 거대한 야수가 그것의 기수의 말을 듣는것처럼 나의 명령들에 반응했다. 이 수백톤의 무게의 움직임이 내 의지에 달린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바퀴 아래 인간들을 젤리처럼 으깨버릴 수 있고 그 무게만으로도 건물들과 작은 차량들을 파괴할 수 있을 이 베헤모스 같은 기갑 괴수가 그놈의 고대 조종판을 다루는 내 손길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으며,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하도록 되어있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
우리들 앞에는 지평선까지 늘어서 있는 불꽃의 벽이 있었다. 마치 행성 전체가 불이 붙어 이 세계 자체가 불타고 있는것처럼 느껴졌다. 사막의 모래는 피처럼 진한 붉은색이었다. 공기청정 필터를 통과해서도 공기는 이상한 금속성의 톡 쏘는 맛이 났다. 선두의 정찰 차량들이 용암 바다에 가까워짐에 따라 대열이 거의 멈추는 정도로 느려졌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레뮤엘, 여기서는 조심히 하도록' 중위가 명령했다. '실수가 일어나서는 안되는 장소다. 좁은 둑길을 지나는 중이고 만약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그 일 때문에 우리는 다시 벨리알이든 어디든 볼 수 없게 되버릴거다' 신병이 숨을 들이켰다. 그때 내가 만약 신병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면 그가 바로 지금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닌것에 감사하고 있음을 알아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나는 보지 않았다. 나는 앞에 펼쳐진 길에 집중하느라 너무 바빴다. 보통 군대는 중대 중대별로 행군하지만, 베인블레이드는 병사들의 중대와는 다르다. 필요한 때에도 간격을 좁히거나 한줄로 좁게 가거나 할수가 없다.
이전에 길을 지나갔던 전차들이 말아올린 먼지구름, 붉은 모래에 그들의 트랙이 남긴 흔적들, 그리고 용암 바다 사이로 펼쳐지는 좁아져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는 파도와 조류와 반복되는 움직임을 통해 우리들을 현혹시킨다. 용암 바다는 그것과는 달랐다. 그것은 거의 눈부실 정도의 백색에서 체리빛 붉은색까지 다양한 색채로 반짝였다. 거품이 일고 끓어올랐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다. 그것의 표면 아래에 살아 움직이며 인간들의 영혼을 삼키기 위해 나타나는 악마들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보자면 카르스크 IV의 거주민들이 황제의 오른쪽에 서 있다는 '불의 천사'를 믿는 것도 너무도 이해하기 쉬운 일이었다. 솟아오르는 불길은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 그것의 권능은 그 자체로 자명한 진실이었다. '불굴' 호의 강력한 형체조차도 이 무한한, 잠식해들어오는 용암에 비하면 안쓰럽게도 자그마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것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였던 것은 아니다. 나는 길을 주시하고 길의 중간으로 가능한한 우리를 가깝게 붙이기 위해 조종 스틱을 다루느라 너무 바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길은 일정하지도 않았고 평탄하지도 않았다. 때때로 우리는 작은 오르막길을 올라가곤 했으며 나는 '불굴'호가 균형을 잃는 것을 느끼곤 했고 잠시의 공포스러운 순간동안 미끄러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
우리들 앞에는 다른 베인블레이드 전차가 먼지 안개 속에서 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의 왼쪽 트랙 아래의 바위는 부서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너무도 많은 무거운 차량들이 이 불타는 땅의 얇은 지각 위를 지나간 것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운전병은 전차가 앞으로 쭉 나가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가장자리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워지게 방향을 급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방향 지시 서보 메카니즘의 기능 고장? 운전병의 음주? 통신-네트 상의 잘못된 명령? 나는 혹시 모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였다. 앞선 운전병 측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끓는 용암 속으로 떨어져버리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쉬웠다. 나는 우리 뒤에 있는 운전병들이 나만큼이나 주의를 기울이기를 희망했다.
우리들 앞의 전차가 다시 제 코스를 찾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참고 있던 긴 한숨이 나왔다. 신병이 살짝 저주섞인 욕설을 내뱉는 것을 들었다.
매우 긴 하루가 될것이었다.
우리는 용암 길을 지나 재의 사막으로 들어섰다. 내 어깨에서 힘이 쭉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주변에 모든 거대한 제국 전차들이 최고 속도로 밟고 있었고, 모래와 재의 무지개를 말아올렸다. 용암 사이의 빡빡한 화산 길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신속함과 움직인다는 감각이 있었다.
태양이 거대한 싸이클롭스의 눈으로 우리들을 굽어보았다. 나는 악마들의 마법에 의해 바다가 돌로 굳어버리고, 파도들이 치처럼 붉은 색으로 변하고, 코발트 블루 색으로 덧칠해진 지평선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더럽혀진 화학물질같은 외관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키틴질의 무언가가 전차의 앞길을 휙 하고 지나갔다. 몇개는 전차 트랙에 의해 핏빛의 보라색 젤 형태로 으깨졌다.
통신-네트 너머 안심하는 대화소리가 저레벨 채널링크를 가득 채웠다. 안톤과 이반은 나만큼이나 걱정되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총구 위치에서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었을테고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소한 나는 뭐라도 해볼 수 있었다.
벌처 건쉽 비행기들이 머리위를 스치며 지나갔고, 엔진이 천둥소리를 내며, 어떠한 거대한 보이지 않는 맹수의 발톱이 남긴 발톱자국처럼 사막의 하늘을 하얗게 상처내는 비행운을 배출하며, 그들의 양갈래 꼬리 날개의 그림자가 그들 아래의 사막을 가로질렀다.
전술-지도는 앞쪽에 위치한 오아시스를 가리켰다. 우리의 군세를 나타내는 홀로-스피어들이 이미 오아시스를 포위하고 있었다. 적이 우리의 위치를 알아채기 전에 나타난 먼지폭풍이 마을로 되돌아오면서 몇개의 짧지만 높은 폭발음이 멀리서 울렸다.
안톤이 통신-네트를 통해 이반에게 투덜거렸다. '선두가 재미 다 보고 있잖아' '우리도 얼마 안가 전투에 들어가게 될거다' 이반이 대꾸했다. '그러면 너도 뭔가 날려버릴 기회가 있을거야' '내 차례가 빨리 올 거 같지 않은데' 안톤이 말했다. '수다를 아껴라, 얘들아' 저레벨 통신에 끼어들면서 중위가 말했다. '이단자들이 오는지 두눈 똑똑히 뜨고 주의해라. 그놈들은 여기 어딘가에 있을거다'
'맞는 말씀입니다, 서!' 이반이 말했다. 그는 거의 쾌활한듯이 말했다. 언제나 전투가 임박하면 그는 항상 그랬다. 곧 벌어질 폭력에 반응해 꿈틀대는 어둠이 이반의 마음 속에 있었다. 나는 많은 병사들이 그런 길에 접어드는 것을 보았다. 전투는 그들에게 마약이었다.
우리들은 황무지를 번개처럼 가로질러, 엔진을 으르렁거리면서, 장교들은 침착하게 명령을 외치고 있었다. 나는 무적의 전쟁 기계의 일부분인것처럼, 그리고 승리가 확실함을 느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동안은 그러한 기분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시간은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밤은 조용했다. 우리들은 전차 옆에 서서 별들을 쳐다봤다. 그것들은 창공의 어두움 속에서 확연하고 차갑게 빛났다. 벽돌로 쌓아올린 고층 집들의 잔해가 우리 주위에 가득했다. 그것이 과거 한때 군사 전초기지이거나, 또는 다른 어떤 것이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남아있지 않았다. 건물들은 잔해가 되었다. 아직도 군데군데 불타고 있는 불길이 아니었다면, 수만년 동안 이대로 잔해였던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나둘씩 우리들은 '불굴' 호의 측면을 낑낑대며 기어올라가 우리들이 차량을 위치시킨 구덩이 바깥을 쳐다보았다. 눈이 닿는 곳 끝까지 기갑 차량들의 실루엣이 있었다. 사람들이 무리지어 모여 차량들 주위에 있었고, 우리들이 하는것처럼, 좁아터진 내부공간을 벗어나 다리를 쭉 피고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것은 벨리알의 익숙한 노래인 '내 소녀는 파란 눈을 하고 있네' 였다.
남쪽에서, 하늘이 환해졌다 어두워졌다 기묘한 번쩍거림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막이 깨어나면서 천둥같은 소리가 사막을 내달렸다. 지평선 너머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밤을 뚫고서 우리에게 모든 폭풍의 어머니 같은 것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전차 측면에 발을 덜렁거리면서 주 포탑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안톤이 포신에 몸을 엎드려서는 우리가 예전에 '얀센 하이브'의 동물원에서 돈을 내고 보았던 거미원숭이처럼 매달려 있었다. 이반은 그의 포켓위스키 병에서 '냉각수'를 한모금 꿀꺽거리고 병의 주둥이를 한번 닦고서 나에게 넘겨줬다. 나도 한모금 꿀꺽 마시고 안톤에게 위로 넘겨주었다.
'오늘 진짜 대단했어, 용암 바다를 건너간거 말이야' 그가 결국 그 말을 꺼냈다.
이반이 휘파람부는 것보다 더 크게 꺼억 트림을 내뱉었다.
'너가 운전을 해야 했던건 아니잖아' 내가 말했다.
'우리들을 살려 보냈다고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안톤이 말했다.
'내 일일 뿐이니까' 내가 말했다.
'그놈들이 어떤 놈들일것 같다고 생각하나?' 이반이 물었다.
'누구?' 내가 말했다.
'여기에 살았던 놈들'
'우리들이랑 마찬가지였겠지. 인류가 사는 행성이니까'
'그놈들도 아침마다 일어나서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이반이 물었다. 한잔 하니까 그는 언제나 그랬던것과 같이 멜랑콜리한 기분이었다.
'여기같은 행성이라면, 맞아, 아마도 그렇겠지' 안톤이 대답했다. '그렇게 엄청 쾌적한 곳처럼 보이지는 않잖아'
'이 사막 한가운데 이런 곳을 왜 만들었을까?'
'중계 스테이션 일지도' 내가 대답했다. '부자의 별장이었을 수도 있지. 아니면 에너지 농장이거나. 누가 알겠어? 그리고 뭔 상관이야?'
'냉각수'가 내 차례로 돌아왔다. 나는 또 한모금을 마셨다. 그것은 약처럼 썼지만 훈련교관처럼 쎄게 걷어찼다. 우리 아래에서 라스건 불꽃이 번쩍번쩍거렸다. 나는 내 전투샷건에 손을 뻗었지만 이반이 머리를 흔들었다. '오일리랑 애들이 큰 전갈 하나 괴롭히는 중이야'
나는 어둠 속을 곁눈질했다. 라스건이 발사되는 불빛 속에서 정비병 오일리의 쪼그려앉은 모양새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와 6호차의 다른 몇명이 아마도 그것이 어떤 맛인지 알고싶었던 건지 큰 전갈 중 하나의 살을 구워보고 있었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이건 기묘한 일이야' 우리들 나머지를 낙담하게 하는 저 행위에 조금도 신경이 흩어지지 않은 채 이반이 말했다. '부대 전체가 여기 몰려있어. 이 장소에 모인 사람들 중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일 거야. 시간이 끝날 때까지 아마도 가장 많은 수겠지. 별들이 불타 없어지고 황제가 다시 걷게 되는 그때까지 말이야'
'그래서 너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가 물었다. 이반은 그의 머리를 흔들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금속 포켓위스키 병이 그의 금속 턱에 철컥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이 길로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 이 곳을 다시 보는 일도 없을거야. 우리가 황제폐하의 이름으로 여기를 조각조각 박살내버렸고 내일 우리는 떠나버리고 남는거라곤 황량한 황무지만 남겠지.'
'황제폐하의 왕좌에 걸고, 너는 비참한 개새끼야, 이반' 안톤이 말했다. '기분좋게 별 볼라고 왔더만. 니가 5분만 더 떠들면 나는 수류탄이라도 삼켜버리겠어'
'그런 짓 한다면 스페이스 마린은 절대 될 수 없을거라고' 이반이 말했다. 그러나 그의 기분에 공감하게 되었다. 심지어 안톤마저도 지금은 생각에 잠긴듯 보였다.
'저기 너머에 쟤네들이 큰 총들 갖고있을거라고 생각해?' 그가 물었다.
'하이브 시티잖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내가 말했다.
'우리가 여기를 날려버린 것처럼 베인블레이드에 구멍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거가 있을까?'
'그 정도로 엄청난게 있겠지' 내가 말했다.
'아 인제 저 비참한 개새끼가 왜 저리 쪼그라들어있는지 이제야 알겠군' 안톤이 말했다.
'세상일이란게 그런거야' 이반이 말했다. '누군가는 항상 더 큰 총을 갖고 있지. 하루는 니가 날려버리고 다니겠지만, 다음날에는 펑 하고 터지는건 너 자신이라고'
'우리가 운이 좋다면 그렇지 않겠지' 내가 말했다. '우리 대신 다른 불쌍한 개자식의 차례가 되겠지' 나는 내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힘들게 버티고 있었다. 마카리우스가 우리에게 주었던 승리에 대한 완벽한 믿음이라는 좋은 기분이 밤공기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있었다. 최소한 그 순간 만큼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질리가 있나?' 안톤이 말했다. '우리한테는 마카리우스님이 계시다고'
'니 말이 맞겠지' 이반이 말했다. '그는 진다는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더군' 그리고 순식간에 그것이 다시 찾아왔다. 장군의 이름의 마법에 의해 해제된 것처럼 비관주의의 분위기가 사라졌다. 멀리서 천둥이 들썩거렸다. 전쟁의 고대 악마 신들이 드럼을 두드리고 있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번개가 번쩍거렸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었다.
곧 우리들이 그 일을 겪게 될 차례가 올 것이었다.
괴물같은 번개가 북쪽에서 불어왔다. 사막의 열풍이 까칠까칠한 모래 구름을 몰고왔다. 그것은 '불굴' 호의 측면을 긁고 지나가면서 페인트칠을 벗겨냈다. 공기청정 필터가 대부분을 걸러냈지만, 그래도 공기중에는 이상한 맛이 돌았고 내 입에서 모래가루가 느껴졌다. 눈에서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바이저를 벗어내려야 했다. 조종석에 있는 모두가 그러했다.
바람은 어마어마하게 거세서 차량의 선체를 총탄처럼 두들기는 자그마한 조각들을 쏘아댔다. 외부 통신-네트가 지지직거리며 먹통이 되었다. 간헐적인 조각조각의 통신만이 들려왔다. 이 행성의 기후는 우리의 통신-그리드를 교란할 수 있을 정도의 어떤 강력함이 있었다. 과장 없이 말해도, 우리는 방해받고 있었다.
나는 베인블레이드가 앞으로 계속 굴러가도록 애썼다. 저 먼지가 바퀴 기계구조를 따라 들어가면 결국 그것을 망가뜨릴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무척 불행한 일일 것이다. 누군가 밖으로 나가서 야전 수리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우리가 주主 전투단에서 뒤처진다면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다. 재순환 시스템이 과부회될 때까지 사막에 처박혀 있다가 기아, 갈증, 공기오염으로 죽을 것이 분명했다.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누가 우리를 찾아 올거라고 볼수도 없었다.
이러한 생각들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우는 와중에도, 나는 앞에 놓인 길에 집중했다. 신병이 내 대타로 운전하고 있었고 나는 그가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그를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적이라도 나타난다면 내 조종권을 되찾아올 준비가 되어 있었다.
중위가 공기 중에 높아진 긴장을 확실히 느꼈다. 그가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이, 마치 외부로부터의 대화가 없는 것을 메꾸기라도 하려는듯이 우리의 내부 통신에서 말을 꺼냈다. '오늘 같은 날에 차 안에 있으니까 너무 좋지 않나' 그가 말했다. '신선한 공기 맡으려고 산보 나가기에는 좋은 때는 아니지'
약간의 낄낄거림이 있었다. 그가 말한것이 맞다는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괴물같은 기갑 차량의 내부에 있고, 치명적인 바깥의 폭풍의 파괴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아마도 약간의 기쁨이나 기묘한 안정감이 있었다. '심지어 날씨마저도 마카리우스님의 편을 들고 있다' 그가 말했다. '우리가 접근하는 것을 가려줄 수 있는건 오직 이런 폭풍밖에 없으니까'
그것은 확실히 이 사건에 대한 너무 낙관적인 해석이었지만 내가 어디 반대하고 나설 사람이던가? 그가 맞는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중위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았다. '이 폭풍이 얼마나 더 오래 갈 것 같습니까, 서?' 신병이 물었다.
'우리의 전술 브리핑에 의하면 이 폭풍은 며칠간 계속될거라고 한다. 때때로 바깥의 공기가 너무 뜨거워서 용광로 안에 들어가는 것 같을지도 모른다. 먼지폭풍이 네 뼈까지 발라내던가 열기에 의해 죽겠지'
모래가루들이 그의 말을 강조하려는 듯이 차량 몸체를 두들겨댔다. 마치 우리에게 누군가가 볼트건을 쏘아대는 것처럼 소리가 났다.
'그래서 우리 군대 전부가 기갑화된 이유다. 하이브에 근접하기 전까지는 이 행성에서는 우리를 보호할 곳을 찾을 다른 방법이 없다. 두 눈을 똑똑히 뜨도록. 우리는 외곽 방어선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포들과 라스캐논으로 가득찬 벙커들이 있다. 폭풍이 계속된다면 우리들은 그놈들을 우회해서 보급을 차단할 수 있겠지. 갑자기 폭풍이 죽어버린다면, 전투 준비를 할 필요가 있을거다'
마치 어떤 폭풍의 악마가 그의 말을 들은 것처럼, 바람 소리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갉아대는 소음이 줄었다. 외부의 통신-네트의 대화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크게 굽이치던 모래 구름이 전차들이 지나가며 몰아치게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 쉣' 나는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잠망경을 힐끗 쳐다보자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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