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쿠도시리즈의 약점과 그걸 뛰어넘은 항설백물어
교고쿠도 시리즈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것은 보통의 추리 미스테리 소설보다 무엇이 장점이며 예술적 가치가 있는가?
반면에 약점은 무엇인가?
1. 교고쿠도 시리즈의 대 주제는
잘못되었던 현대 일본 역사와 사회를 정화하고, 그 굴절된 과거로부터 비롯되었던 불행한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더 나아가 그렇다면 새로운 지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문화적 차원에서 답을 내려는 것
이라고 생각함.
시대적 배경이 패전 이후 1950년대 초중반이라는 점, 주인공4인방이 모두 전쟁 참전으로 인한 과거를 안고있다는 점, 특히 천황역사계보를 다루었던 광골, 페미니즘을 다루었던 무당거미, 가장 사회적 색채가 짙었던 도불은 애초에 주제 자체가 그런것들이고, 소소하게 등장하는 요소들은 말할것도 없음.
근데 이 주제로 보면 이건 실패라고밖에 볼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시리즈가 시작되고 거의 20여년되가는 지금까지 진행상황은
주인공 4인방이 일본 사회의 쌓여온 정신적 상처들과 마주하고, 반대되는 가치를 주장하는 '도지마대좌&동자'가 도불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주인공일행에 도전장을 던진 것
이 2가지밖에는 진전이 없기 때문임. 기승전결에서 승 정도 왔을까? ㅎㅎ
이렇게 늦는거 빼고, 반면에 어려운 조건은
1950년대 주인공 일행의 분투가 결코 보답받을 수 없는 정해진 역사라는 것이기 때문.
일본이라는 상처받은 국가와 국민을 치유할 수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작가가 보기에) 잘못된 여전히 뒤틀린 일본의 현재가 있는거니까. 즉 이미 설정에서부터 주인공들은 패배하게 되어있다는 거지.
교고쿠도나 기바슈가 작품 내에서 꾸준히 주장하는 어떤 보다 차별없고 평등하고 사회구성원의 관계가 더 풍부하게 고민되는 그런 일본은
존재하지 못했다는거잖아 ㅎㅎ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되기도 하지만 어렵다고 봄
그래서 교고쿠도 시리즈는 이런 면에서 자신의 대주제를 실패하고있다
2. 시리즈 적 의미에서 문학적 승화가 없음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교고쿠도 시리즈는 충분히 문학적이고 깊이있음.
단, 그 문학성은 각 권 권 별로 짤려서 존재하고있음. 그게 문제라는거.
뭔말인가하면
반지의제왕에서 프로도는 기대하던 모험의 비일상 속으로 들어가서,
모리아동굴이라는 깊은 암흑에서 헤메지만 자신의 길을 찾고,
샘이라는 분신과 함께,
자신의 거울쌍인 골룸과 대립하며,
힘과 욕망이며 운명인 절대반지와 갈등하며,
결국 거기에 타락하지만 결국 골룸과 손가락과 함께 반지를 파괴하고,
다시 샘과 함께 고향에 돌아가서, 그리운 고향과 일상,
그러나 일상에서도 자신의 모험과 상처와 고통을 다 품지 못하고,
결국 엘프의 땅으로 엘프들과 함께 쓸쓸히 떠나고,
샘은 이를 배웅하고 이쪽땅에 남는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하며 완결되는
이제 이런게 문학적 구조라는 건데
교고쿠도 시리즈에는 그게 없다.
쉬운말로 하면
주인공들이 권에 걸쳐서 성장해가고 권을 넘는 스토리적 전개가 없다. 반면에 각 권의 악역, 조연들, 과거의 사건이나 요괴 괴담은 그 자체로는 아주 매력적인 문학적 서사를 가지지만.
예를 들어서 무당거미에서 학원의 소녀 구레 미유키는 정말 멋진 이야기를 보여주고 이야기속에서 성장하며 '적혀있던 저를 짓누르던 차가운 돌바닥, 뜻을 알수없던 문자들은 아무것도 아닌거였네요. 선생님들도 전혀 그 뜻을 모르고있었네요' 라고 말하는 너무도 멋있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그 무당거미 두꺼운 책 동안 세키구치는 아~~~무 뭐가 없다는 이야기임. 레이지로도 마찬가지. 걍 둘다 라노벨 스러운 클리셰적인 전형적 캐릭터로서만 작가가 필요할때 그 기능으로만 작동한다.
광골에서 아케미가 남편의 유해를 마지막에 흘려보낼때 그런 여운이라든가.
오히려 주인공들이 도구에 불과하고 각 권의 조연들이 문학적 서사를 담당하는 일종의 역전구조가 시리즈 내내 존재한다.
주인공들이 스토리적 의미를 보여주는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우부메에서 세키구치가 자신의 부끄러운 기억을 직면하고 소중했던 사람을 돕고자 했고 결국 우부메처럼 사라졌지만 현기증언덕에서 자신이 넘어져도 일으켜주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는 것
-교고쿠도가 전쟁 시기부터 대립하던 도지마 대좌와 싸우려고(?) 할지도 모를지도 모른다는 밑밥이 깔린것(?)
이거 2개밖에 없음 진짜 앰창. 진짜 냉정하게 기바슈랑 레이지로는 심지어 저런 거마저도 없음.(물론 기바슈는 소소하게 망량에서는 영화배우 환상 연극같은 실연도 해보고, 매춘부 아닌 여자 대하는 법도 늘어나고, 좀 더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긴 하지만 그건 너무 소소해서 의미가 없다고 봄)
약간 반복되는 마무리 패턴으로 세키구치가 각 권마다 '나는 xx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정도 리액션은 해주지만 우부메를 제외하고는 이게 점점 실제적인 문학적 변화가 없는 걍 입에 발린 말이 되어버려서.
이렇게 교고쿠도 시리즈는 2개의 큰 문학적 한계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 한계를 완전히 극복해버린 시리즈가 항설백물어.
그러니까 작가는 저런걸 원래 못하는게 아니라 교고쿠도 시리즈에서만 어떤 이유인지 못했던거임.
항설백물어는 물론 훨씬 저런걸 하기 편했음.
아까 말했던 실패하는 결말이라는 점에서 더 시대적 여유가 있고 어떻게 대충 눙치고 넘어가도 되는 배경이고,
'옛날이야기'라는 전체 틀과 그 속의 주인공들이 훨씬 더 문학적 정취를 부여하기 편리하기도 하고, 등등.
제일 중요한 차이 원인은
에도시대는 근대로서 큰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낭만이 존재할 수 있는 근대이고
현대 일본은 더 이상 큰 이야기를 하기 힘든 포스트모던한 현대라는 그런게 있겠지.
맨 마지막에 스크롤만 내릴 분들을 위해 쉽게 말하자면
개별 이야기는 교고쿠도 시리즈가 항설백물어보다 재밌고 깊이있지만,
전체 시리즈에서 하고자하는 문학적 주제나 전체 이야기로서의 완결성, 등장인물들의 복합성이나 작품 내에서 살아 움직이는 문학성 등은
항설백물어가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하다. 라고 할 수 있겠음
더 쉽게 말하자면
교고쿠도 시리즈에는 개별 사건의 흥미로움밖에 없지만,
항설백물어는 개별 사건의 흥미로움 + 마타이치 일행으로 대표되는 비일상을, 일상의 경계에서 덧없이 그리워하는 모모스케 그리고 그것을 백가지 이야기로 이야기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전체 문학 구조
이게 있어서 더 재밌다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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